2008년 12월 20일 토요일

가장 일반적인 연애이야기-트러블도그


위 짤방의 주인분은 저 블로그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선 쓰긴 했습니다. 혹시 불쾌하시다면 얼마든지 적어주세요. 바로 내리겠습니다.






괴~~~앵장히 혼동오던 제 닉의 유래를 밝힙니다. 저는 칼 리히터 폰 란돌이 아닙니다-_-;;; 사이버 포뮬러를 본 적도, 접해 본 적도 없는 제가 이 이름을 외울 정도로 자주 들었습니다만....
제 닉은 저 주인공 아가씨의 개 이름입니다. 저기 저기 안겨 있는 개요. 사실 그냥 귀찮아서 개 이름이라고 일축하긴 했지만 이 만화에서 개 이름은 단순히 '개 이름'만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보다 더 많은 함축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 영타치기 귀찮습니다. 님들 생각하시는 그 스펠링 맞습니다. 트러블 도그.


10년쯤 되었을까요.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이 만화를 접했습니다. 한창 만화에 빠져 살 때라 '닥치는대로 섭렵'의 모토에 맞게 아무 생각없이 손에 들었던 만화책이었습니다. 완결도 되지 않았던, 정말 아무도 몰랐던 이 만화의 존재감은 저에게 '란'이라는 닉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만큼 강렬하게 다가왔던거죠. 학교에 책을 빌려가도 그닥 인기도 많지 않았던 이 만화가 말입니다. 그때 책을 읽고 돌려주던 친구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흐음...너 이런 류의 만화 좋아하는구나?"


특별히 클라이막스가 있는것도 아니고 잘생긴 남자는 나오지만 그림체가 뛰어나게 예쁜 순정체도 아니어서 그다지 와닿지도 않습니다. 삼각관계는 나오지만 심각하지도 않습니다. 격정적이고 정렬적인 연애도 없습니다. 그저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밍숭맹숭하게까지 보이는 연인관계입니다. 도무지 뭔가 흡입력있어 보이는 요소가 없는겁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끝내주지도 않는 이 만화가 가진 매력. 10년전 처음 읽었을때는 저 자신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만화의 매력을 10년이 지나 이성관계의 미묘함을 알아버린 지금에 와서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연애의 매력. 그 동질감.



망나니 축구부원들에게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리듬체조부는 기묘한 단체에 의뢰를 하게 됩니다. 이른바 트러블 도그. 거기서 주인공인 시나는 류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묘한 이끌림 속에서 시나는 트러블 도그에 입단하고 행동을 같이 하면서 교내 해결사로 등단합니다. 해결사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팀네임에서부터 짐작이 가듯 소소하고 단순한 일거리의 해결이 주입니다. 일의 해결이 이 만화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나는 활달한 아가씨입니다. 매력적인 외모와 발랄하고 남에게 호감주는 성격. 본인이 매력이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움받지 않는 아가씨. 반면 류는 말이 없고 과묵합니다. 냉정하고 주변과 경계선을 분명하게 그어버린 자청아싸입니다. 그러나 진심은 그러하지 않고 사실은 고민도 많습니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할 뿐이죠. 발랄한 여자와 과묵한 남자 사이의 연애. 이 정도면 보통 연애상담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유형 중 하나일 것입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사랑을 확인을 요구합니다.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같이 웃고 키스하지만 정작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단어 하나. 말하지 않는 남자덕에 여자는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면서도 남자의 태도로 놓치 못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남자입니다.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남자는 여자에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할뿐더러 여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조차 모릅니다. 자기 기준으로는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여자는 계속 '무언가'를 요구하거든요.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조차 모르고 알 필요도 없었던 류에게 가장 난감한 것은 시나와의 사이. 시나와 류는 그런 관계입니다.

연애 상담기를 읽어보면 연애에서 가장 불협화음이고 가장 필요한 것은 표현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애정의 표현이 다릅니다. 물론 깊은 연인 사이에서는 어떤 표현을 쓴다한들 서로만의 언어이기 때문에 굳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와 여자가 동일시가 되는건 아니죠. 서로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런 부분의 표현, 남자가 한 표현과 여자가 받아들인 표현이 서로가 맞지 않을때 갈등이 생기는거죠.
트러블도그는 이 미묘한 남녀사이의 갈등을 덤덤하고도 명확하게, 과장됨이나 꾸밈없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표현하지 못한 연인들의 갈등과 소소한 문제들. 그러나 이 만화의 매력은 이 갈등을 잘 그려내는 것 뿐 아니라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도 아기자기하면서도 간결하게 잘 그려내었습니다.

류의 세계는 온실로 경계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그런 그의 세계는 트러블도그로 한번 깨어집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가세의 세계는 여전히 온실로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아니 이제 나가세의 세계는 트러블도그와 온실 둘로 늘어나게 된 것 뿐입니다. 엄격하게 격리되어 있는 그 세계는 트러블도그만이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꺼내어 주는 것은 시나와 '란'-트러블도그입니다. 시나가 트러블도그에 입단하기 전에도 트러블도그는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류와 나가세로 구분되어 있는 트러블도그의 묘한 경계선 속에서 시나가 끼어듦으로 해서 경계선은 깨어집니다. 감정의 컨트롤이 능숙한 류가 시나를 만나면서  제어되지 않는 감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질투, 걱정, 애정 그 모든 것들을요.


위에서 말했듯 발랄한 시나와 냉정한 류. 아직 사랑에 어린 이 둘의 성장은 트러블 도그에서 맡은 일들. 트러블도그에서 일은 둘의 애정관계의 성장의 촉매제의 역할을 합니다. 시나와 만나서 세상에 나왔지만 아직은 어린 류는 아직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 류의 행동은 시나를 상처입게 하죠. 그러나 시나와 함께 하면서 맞닥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류는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배웁니다. 감정은 좀 더 상대를 이해하는 표현으로 드러나죠. 뭐 물론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시나와 엊갈림도 있긴 하지만. 그것 또한 과장이 아니라 담백하고 솔직한 필체로 그려냅니다.


결국은 트러블도그는 해산됩니다. 류의 정체가 드러나면서요. 트러블도그는 류의 세계이자 한계였습니다. 아직 어린 류는 트러블도그를 빠져 나가면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시나가 무엇을 원하는지 여전히 몰랐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류는 온전히 그가 속한 모든 세계-가족과 학교, 친구들, 그리고 연인까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독특하고도 담백하게 그려낸 록본기 아야.  그녀의 세심하고 절제된 표현은 비단 트러블도그 뿐 아니라 이후에 나오는 오토포커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낸 오토포커스는 한층 더 섬세한 심리표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러블도그가 사건에 의한 심리전이라면 오토포커스는 말 그대로 서로의 서로의 초점에 의한 흐름. 록본기 아야는 이런류의 만화를 즐겨 그리는듯 합니다.



확실히 눈에 띄지 않고, 잘 손이 가지 않는 만화지만 이 만화의 매력을 잘 아는 분들은 손을 놓을 수가 없답니다.
그렇다고 추천하지는 않구요. 절판된지 오래되어서 구해지지가 않거든요.






댓글 3개:

  1. 개!!!! 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네 블로그 왜 이리 느린거야?? 블로그가 느린것 같은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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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ueshine - 2008/12/23 12:40
    개!! 이름이라고 하면 다들 그런 반응이더라;;

    한때 티스토리가 미친적이 있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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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ㅎ저도 이 만화를 고등학교 다닐 때 첨 봤는데 다른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없었더랬죠..완결도 아니었고.. 그림도 지나치게 평범하고.. 남주가 싸가지 없는 부자도 아니었고 ㅡㅡ;

    아는 사람만 아는 만화. 하지만 전 나중에 이 책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대학가서 중고로 결국 구입했습니다.

    트러블도그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ㅋㅋ 왠지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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