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수요일

요즘 제가 너무 방치플을 해서

 

 

 

 

<실은 저 김도시락의 원본은 이거. 저거 해석하면 '밥 주세요'>

<이러지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흑흑흑 차라리 좋아하는 애한테나 저런 정렬을 쏟을 것이지>

 

 

 

 

이런 별 볼일 없는 블로그에 찾아주시는 분들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원래 제가 방치플의 달인이라서 귀찮으면 찾지도 않습니다. 사실 요 이틀동안은 들어갈까말까 고민도 했었습니다만 제가 무서워서 못 들어왔어요. OTL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고 그...그래도 이렇게 내팽겨치진 않을거라고 다짐합니다만.

 

 

 

과연?

 

 

 

1.

신기한 걸 많이 본다. 집에서 집에서 말이다. 도대체 우리집 뭘 하는 집이야?

우리집 마당 한구석에 관상용 사과나무가 있다. 사과꽃은 피지만 열매따위 별 볼일 없는 사과 말이다. 그 사과나무 밑에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분이 하나 있는데 갈대인지 뭔지 하나가 떠억 꽂혀 있고 흙과 물로 뒤덮여 있다. 사실 진흙위에 물이 깔린거지. 지나가면서 울 엄마님 취향을 도대체 모르겠어 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했는데 어느 날, 지나가다가 거기서 방울이 뽀르륵 올라오면서 뭔가 스스슥 움직이는게 보인거여따. 분명 잘못 본 게 아닌데 앗 뭐지? 뭣인지 확인하려 가면서도 '아 참 이런데 물을 받아놓으니까 장구벌레가 끼이는거 아냐. 아줌마 왜 이러셨어.' 궁시렁거렸는데 결코 작지 않은 그 화분을 보면서 흐미 이게 뭐야?!! 경악했다. 분명 뭔가 움직이는게 있는데 장구벌레는 아니다. 거머리나 그런 환영동물도 아니다. 물고기? 그런데 여기에 물고기가 왜 있어? 비슷한 어린 도룡뇽 새끼라거나 1령상태의 올챙이라거나...... 진흙때문에 어두칙칙한 색깔덕에 더 구분이 안 간다. 한마리 잡아서 관찰하고 싶지만 차마 거기에 손 넣을 용기는 없었고. 물고기 분명한거 같아. 5분동안 유심히 관찰한 결과 새끼손톱만해도 생선이 분명한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생선이 왜 저기 돌아다니고 있는거야? 우리집에서 이런 고약한 취미를 가진 사람은 울 사촌 둘 밖에 없는데. 며칠동안 궁금해 하다가 결국 오늘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 저기 왠 물고기? 그랬더니 엄마님 정말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아 물이 있으면 장구벌레 끼잖니. 그래서 엄마가 몇마리 잡아 왔어. 거기 장구벌레 없지?"

 

 

어...엄마?;;;;;

 

 

 

2.

4일에. 싱크대에 고깃덩어리가 있길래 왠 고기? 이러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날 밤부터 우리집 부엌은 찜통이 되었다. 사골을 우려내느라 가스레인지가 24시간 풀가동을 했기 때문이다. 양도 꽤 많아 보였다. 김치냉장고 김치저장통이 몇개나 가득 찼으니까. 냉동실에도 얼려놓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커다란 냄비에도 가득 채웠다. 아부지 퇴원 하시려면 한참 남았는데 갑자기 보양식이 넘치니까 의아하다. 어라라. 병원식으로 맞춰 드신다고 아버지는 못 드실테고 그런데 왜 갑자기 사골인가. 엄마 아빠 퇴원하려면 한참 남았잖아요. 그랬더니 엄마 하시는 말씀, 니들 집안일 하고 가게 보고 병원 다니고 저 두 애 돌본다고 고생한다고 우리 먹일거라고 끓이시는거란다. 병원 다니면 엄마가 젤 힘든데. 하는 거 없이 병원만 왔다갔다 거리는 나나 동생이 무슨 고생을 한다고. 정작 엄마는 곰국을 못 드신다. 느끼하고 비리다고. 요새 같이 식사할 시간도 없지만 늘 있는 반찬 때우는 엄마라는거 뻔히 아는데. 설거지 정도는 맡겨놓아도 될 만 하건만 나가기 전에는 드신 그릇은 끝까지 설거지하고 가신다. 아무리 선선해졌다 하더라도 아직은 더운 여름에 불 앞에서 이리저리 확인하시는 거 쉽지도 않은데. 나도 곰국은 안 좋아하지만, 1년전부터는 거의 끊고 살았지만 이래서는 안 먹을래야 안 먹을 수 없잖아. 엄마.

 

 

 

3.

6일은 엄마 생신이었다. 울산을 갈 시간이 있어서 울산을 갈까말까 고민했지만 엄마 생일인데, 우리 생일에는 꼬박꼬박 미역국 끓여 주시는데 정작 당신 생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침에 혹시나 끓이셨을까 봤지만 역시나 없더라. 그게 더 죄송하고 그래서 그냥 울산행은 포기했었다. 대신 케잌이랑 먹을거 이것저것 사 왔었다. 먹을 시간이야 있으시겠냐만 특히나 어수선한 상황이라 엄마도 본인 생일을 까먹을 상황이 농후해서 더 안 챙기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런저런 소동도 있었지만 선물이랑 케잌 꽤 마음에 들어하셔서 다행이었다. 다만, 엄마 고백할 게 하나 있어요. 그 화장품 비싼거 맞아요. 명품도 맞아요. 어 근데 그거.... 원래 제가 쓰려고 면세점에서 사 놓은 거예요ㅠㅠ 엄마 죄송 죄송.

 

 

 

4.

내일도 변함없겠지만 그래도 좀 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에 그렇다고. 제발 공부 좀 하자. 아무리 몸이 힘들고 귀찮더라도.

 

 

 

 

댓글 8개:

  1. @띠용 - 2009/09/10 00:02
    하고 보니 다 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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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방치블로그에 오랜만에 주인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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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모든지 일에 충실하면 다 좋은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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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ueshine - 2009/09/11 00:14
    살이 그냥 올라서 걱정이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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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oshua.J - 2009/09/10 11:46
    그게 안되니 문제네요ㅠㅠ

    나태함을 바치고 싶어요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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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hellingFord - 2009/09/10 04:01
    방치플 안 해야지

    이제 이런 말

    못하겠다

    내팽겨치고 사는게 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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