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30일 목요일

건담 더블오 - 사지 크로스로드

 

 

 

 

 

 

 

자다가 일어나서 하이킥 할 정도....는 아니지만 입맛을 쩝쩝 다시게 하는 애니가 하나 있으니 그 이름하야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건시드 - 시드 데스티니 다음으로 나온 건담 시리즈니까 그만큼의 눈길도 끌어모았고 시드-시데의 후속작아닌 후속작이니까 논란도 많았다. 아니 지금도 논란중이고. 아마도 향후 2, 3년 정도는 더 논란이 될 듯 싶다. 다음 건담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비우주세기의 건담 시리즈는 작품이 나온 후 5년 후에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고 하니 5년은 죽치고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그렇지만 내가 이 작품을 용서못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내 취향이 될 뻔 했으나 그 마지막 발 삐긋덕택에 나와 바이바이 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완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게 아니다. 난 오히려 완결부분은 마음에 든다. 그 풀이 과정이 개판 오분전이기에 아니, 막판에 기합만 제대로 들어갔어도 수작으로 남았을텐데 그놈의 발삐끗이 뭔지. 그게 아까워서 미치겠다고.

 

쿠로다 요스케는 더블오에 혼전을 기울였다. 엄청난 설정들만 봐도 주눅이 들 정도로. 나같은 설정덕덕덕덕덕덕들은 이 방대한 스케일의 설정들만 봐도 가슴 설렐 정도로 말이다. 워낙에 무미건조한 작품이다 보니 한회 한회 보는 것보다 몰아서 보는게 더 재미있다는 사람들도 많기도 하고. 초반부의 전쟁다큐에서 나가떨어진 사람들도 꽤 되고. 역시나 난 후반부 몰아치는 부분보다 초반부가 훨씬 재미있었다. 아 난 그렇다고. 일본에서 가장 메이져 시리즈인 건담에서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미덕중 하나인 '재미'를 포기해버린 그 대담함만은 인정해 주고 싶다고. 무엇에 재미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중성만은 포기해 버리고 철저히 마이너로 간 그 정신 하나만은.

 

 

 

 

더블오의 주연들 뿐 아니라 등장 인물들은 모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의 입장이다. 가장 큰 건 역시나 마이스터들이겠지만 요 넷은 그저 과거의 회상이나 설명 정도에서 과거의 이 인간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구나 정도로 나타나고 실질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인 사지와 루이스는 전쟁-태러가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큰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기에서 사지와 루이스는 말 그대로 평범했다. 옆집 소년은 자신의 과거와 자신의 정체성과 그 자신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지만 사지에게 전쟁이란 티비 안 현실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런것들이다. 록온에게 아일랜드의 분쟁은 몸서리 칠 정도로 증오스러운 것이지만 사지와 루이스에게 아일랜드 분쟁은 그저 머리아픈 레포트의 주제일 뿐이었다. 테러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살아갔을거고. 더블오 주역들 중에서 안 불쌍한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사지와 루이스만큼 비참해진 캐릭터도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 다음은 티에리아지만. 모두다 전쟁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지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람은 저 둘이니까. 부모와 친척들을 잃고서 루이스가 한 일은 모두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는 없어도 납득 할 수 있는 범위이다. 복수건 어쨌건 합법이고 변해버린 루이스의 행동 그 모든것이 루이스를 피해자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루이스는 가해자이다. 엄연한 가해자이다. 어로우즈의 가장 큰 출자처는 루이스이고 약물로 정신이 이상해졌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선택한 부분. 자신의 처지와 똑같은 수많은 루이스들을 만들어 냈다. 마이스터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모순이라는걸 알고 있다. 자신들이 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죄가라는걸 입에 달고 다니지만 루이스는 자신의 죄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그녀의 모든 것은 복수일 뿐.

 

그럼 사지는? 사지는 아무런 죄가 없다. 정말 없다. 그는 정말 순수하게 피해자이다. 테러로 인해서 애인도 잃고 가족도 잃었다. 원치 않게 전쟁에 끌려나가게 되었다. 초반에 사지의 행동을 이해못한 사람들도 많은데 그건 미친놈들과 함께 있으니까 사지가 상대적으로 찌질해 보였던 것이지 사지의 행동이 찌질한 것은 아니었다. 단언컨대. 사지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 아니 테러의 피해자인 일반인도 아니다. 연인과 가족을 동시에 잃고서도 꿋꿋하게 살아 온 일반인 이상의 개념인이라고 생각한다. 테러의 피해자가 테러의 가해자들과 함께 있고 싶을까? 나라도 탈출할 거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만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책 등등등 대부분의 매체에서 상업장르의 인물들은 활약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등에 업고 있다. 그것이 훨씬 더 극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만큼 일반인들의 비중은 한없이 줄어든다. 루이스가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시청하는 사람들이 사지보다 루이스에게 더 동조를 하게 되는 것은 사지가 그만큼 평범했기 때문이다. 평범한데다 수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마지막에 가서야 스스로의 의지로 오라이져에 탑승하니까.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카탈론으로 지목되고 CB로 들어오고 전쟁으로 끌려나가고. 거기서도 끝끝내 전쟁에 합류한 자신을, 자신이 전쟁을 하고 있고 증오스러운 CB를 돕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는 사지와 같은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사지는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않고 원대한 이상도 없으니까. 극적인 면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더 찌질해 보이는것이고.

 

 

 

쿠로다는 전쟁에 직접적인 개입을 한 사람들 뿐 아니라 방조자도 목표로 삼았다. 사지에게 죄가 있다면 방조자였다는 것.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자신과 상관없다 외면해 버린 그 죄 말이다. 티에리아의 말마따나 자신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정도는 되어야 했다. 자신과 다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죄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GN입자로 정신을 차리게 된 루이스는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진 않을거다. 그것이 얼마나 자신을 짓누르게 될 지도. 테러가 싫어서 가족을 잃은 슬픔에 사무쳐서 벌인 일이 자신과 똑같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았고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거행된 무차별 학살에 자신이 동조했었다는 걸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돈도 날리고 가족도 잃고 그렇게 증오하던 적들과 똑같은 일을 한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과연. 이건 자다가 하이킥 할 정도의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고. 사지는 단순히 '몰랐다' '외면했다'라는 죄목으로 평생 트라우마를 짊어질 루이스의 옆에 남게 되었다. 후회해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둘에게는.

 

 

 

죽었어야 할 사람들이 살아있기 때문에 맥빠지는 결말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살아 가는 것이 최종목표인 사람들에게야 살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낫겠지만 더블오의 인물들은 그럴까. 평생을 굴러봐야 답도 없는 삶을 여전히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속에서 살아간다. 세츠나가 그렇고 록온이 그렇고. 티에리아는 확실하게 차라리 죽는것이 나을 삶을 자청했다. 그 중 가장 비참한 건 역시나 사지와 루이스 커플이다. 그들은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이면서도 가해자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전쟁설(說)은 사지와 루이스 커플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세상의 수많은 사지와 루이스들에게.

 

 

 

 

댓글 10개:

  1. 사지랑 루이스는..



    1기땐 안타깝고 솔직히 그냥 그정도였는데

    2기부터 어머나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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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점점 사진보다 글이 글어지는 덕후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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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더블오가 그렇게 재밌나요 ??????????? 시데까지는 재밌게 봤는데 도무지 다운로드 버튼에 손이 안가네요 ㅇㅇ



    특히 그 뭐랄까 곧휴부분에 다른 건담들과는 달리 스커트 장갑이 없는게 맘에 안들어요 ㅇㅇ 거기 공격하면 부서지겠네여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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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pector - 2009/07/31 02:52
    왜구랭

    난 사지 처지가 이해가 되어서 우아아앙 사지 이러고 있었는뎅

    사지는 찌질하지 않습니다 평범할 뿐이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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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hellingFord - 2009/07/31 12:28
    원래 사진이 주목적은 아니었음.

    사진이 깨어지는게 싫어서 늘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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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토남 - 2009/07/31 17:26
    더블오 재미없음.

    액션같은거 기대하지마삼.

    호불호가 워낙 갈리는 애니라서 취향 안 맞으면 졸릴거야.



    엑시아땅 욕하지마삼!!

    엑시아땅은 더블오에서 가장 미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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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란~* - 2009/07/31 22:33
    네 평범했져 ㅋ.ㅋ



    1기땐 그냥 전쟁으로써 피해입는 아무 죄업는 무고한 시민들의 표본이랄까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가족 잃은 피해가 평범했다는건 아닌데 좀 뭐랄까.. 하여튼 2기때는 으악....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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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토남 - 2009/07/31 17:26
    전 바체 갑빠 입었을 때랑 듀나메스가 좋아씀 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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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spector - 2009/07/31 02:52
    2기에서 사지 진짜 욕 많이 먹었지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해가 가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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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토남 - 2009/07/31 17:26
    내가 엑시아땅 하앜하앜하고 있어도 개인적으로 더블오에서 젤 여성스럽고 예쁜

    기체는 나드레가 아닌가 싶음. 보면서 바체나 나드레나 주인 닮았다고 생각했거든.

    조낸 성격 와일드한 바체나 생긴건 여성상인 나드레나 뭐 둘 다 주인 빼닮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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