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0일 월요일

유럽 이야기 - 짤츠부르크

 

 

Salzburg Story 1

2006. 06. 05 ~ 2006. 07. 02


 

 

 

 

 

퓌센에서 뮌헨으로 건너가서 뮌헨에서 짤츠부르크로 건너가는 루트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둘러서 퓌센에서 나오기로 했다. 대략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들어가는 시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늦으면 안 돼. 짤츠부르크에서 다시 할슈타트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더 서둘렀다. 할슈타트로 들어가는 기차 시간대도 문제지만 할슈타트에서 묵을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서둘러 가서 숙박시설부터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좀 더 넉넉하게 보고 갔겠지........ 우선 예약이 잘 되어서 다행이다 생각했고 뮌헨에서 할슈타트로 떠나는 기차가 퓌센에서 뮌헨으로 들어오는 기차와 같은 승강장에 20분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왠 떡이냐 기뻐했다. 그래 그때에는.

 

 

 

12시 좀 넘어서 중앙역에 도착했다. 동네가 워낙에 좁은데다 아침부터 서두르다 보니까 중앙역까지 걸어서 가도 괜찮을 정도의 시간이 되어서 그냥 걸어왔다. 마지막으로 동네한바퀴도 꽤 괜찮았다고. 그래도 시간이 조금 넉넉하게 남아서 간이역같은 역사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ㅠㅠ 12시 반에 와야 할 기차는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짤츠부르크로 가는 기차가 떠날까 초조하고 다음에는 열이 빡 오르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자포자기가 되고. 기차는 한시간 반만에 도착했나? 그 정도 시간이면 퓌센에서 뮌헨으로 들어가는 시간이거든!!!!!! 다시한번 니스의 악몽이 떠올라 거의 패닉상태가 되어 버렸던 우리 셋은 퓌센으로 들어갈 때와는 달리 무진장 가라앉은 포스를 풍기기 시작했다. 거기다 이 RE 느리기까지 하다. 아니 뭐 이건 총체적 난국인데? 분명히 뮌헨에서 갈 때는 1시간 반 정도 걸리던게 뮌헨으로 올 때는 2시간이 넘는거지?  웃음도 나오지 않는 먹먹한 상황에 할 말을 잃었더랬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 도착한 뮌헨. 도착하니 4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적어도 2시 반에는 도착할거라 생각했던 계획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을 뿐이고. 3유로나 주고 한 예약이 억울해서 환불받으러 갔더니 그건 자기들 책임 아니라는 쌀쌀맞은 소리나 듣고 있고. 입에서 욕은 올라오기 직전이고. 무엇보다 걱정인건 뮌헨에서 짤츠부르크로 들어가는 기차에 자리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예약에 앞서서 뮌헨이 출발지라면 좌석이 있겠지만 뮌헨이 경우지라면 없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20분 정도만 기다려도 되는 기차를 승강장까지 바꾸어 가면서 4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하니까 그것도 열이 채일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열받아서 길길이 날뛰었는데 생각해보니 뒤로 가면 갈 수록 어이없는 일이 늘어났군. 그것도 기차 관련해서.

어찌되었건간에 짤츠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탔다. 경유기차였고 역시나 좌석은 꽉꽉 차 있었다. 유레일을 타고 보면 창가쪽에 체크를 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흰 종이가 꽂혀 있다면 이미 예약된 좌석이고 흰 종이가 꽂혀 있지 않다면 예약이 없는 좌석이다. 그래도 이리저리 비집고 찾아서 입석은 면했다. 셋 다 따로따로 앉게 되었지만 말이다.  세명 다 기분이야 작살로 안 좋다 보니 뭘 먹을 생각도 없고 말도 하기 귀찮은 딱 이런 상태였다. 그냥 노래나 듣자 싶어서 노래만 줄창나게 들었었다. 잠도 오질 않았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제 기분에 못 이겨서 짜증이었겠지. 그래도 노래를 들으면서 창 밖을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풀어지더라. 아마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을거야. 다만 지금도 조금 걸리는 건 두번째로 내 옆에 앉았던 총각. 이것저것 물어보던데 영어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말 할 기분이 아니어서 완전히 단답형으로 대답했던 거. 나는 홍콩에서 왔다 쏼롸쏼라 님은 어디서 왔느냐 쏼라쏼라. 어 한국. 회사 때문에 유럽 왔는데 유럽이 좋다느니 볼 게 많다느니 쏼라쏼라 여행으로 왔느냐. 어. 아마도 같은 동양 사람이라서 반가움에 그랬던 거 같은데 죄송해요 총각. 난 그때 진심으로 폭발 직전이었다고. 이 자릴 빌어서 용서를 구해봅니다. 지금이라면야 당연히 토킹어밧을 해 줬을거야ㅠㅠ

 

 

구질구질한 기분을 안고서 도착한 짤츠부르크. 기차를 타고 오면서 각오는 했지만 결국은 할슈타트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미 저녁 시간인걸^-T 꼭 가고 싶었는데 꼭 가고 싶었는데!!!!!! 이놈의 망할 기차 때문에 이렇게 포기해야 하다니ㅠㅠ 할슈타트 숙박을 미리 잡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할슈타트 들어갈거 생각하고 짤츠부르크에서 숙박을 하루밖에 잡지 않아서 그것도 곤란해. 내려서 인포에서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비 30유로에 소개비 3유로 해서 뭐 그럭저럭이지만. 우리가 잡은 호텔은 역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호텔이었는데 인포에서 소개해 준 호텔은 시내랑 가깝네. 나쁘진 않아. 쩝. 나오면서 짤츠부르크 카드도 샀다. 여행자들을 위한 카드인데 이 카드만 있으면 짤츠부르크 공공시설이 모두 무료라는거. 23유로이지만 차비랑 이것저것 생각하면 꽤 괜찮다 싶어서 같이 샀다. 지도랑 이것저것 챙겨서 나오는데 한국인 여행객이 있더라.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한 아가씨인데 디카를 잃어버렸단다. 투어중에 잃어버린거 같다고 걱정걱정 하는데 디카가 친구거라는게 더 문제. 아니 디카야 잃어버리면 사 주면 되는데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랑 앞으로 여행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게 그 아가씨에게는 더 속쓰린듯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꼭 찾길 바란다고 했는데 찾았으려나 모르겠네. 그 아가씨를 만나고 나서 우린 저거보다 낫지 않아? 여행이 중반에 들어섰는데도 아직 아무일이 없잖아. 어 그렇네. 그렇게 해서 우린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남의 불행을 보면서 행복을 찾다니. 이런 이기주의들ㅠㅠ 역에서 나와서 배를 채우기 위해서 역 옆에 있는 버거킹엘 갔다. 역시나 산만한 포테이토들과 얼굴만한 버거가 행복했지만 가장 행복했던건

응끼약

저 알바생 진짜 잘생겼잖아!!!!!!!!!!!!!!!!!!!!!!! 아직 20도 채 되어 보이지 않던데 저...저렇게 잘생길 수가 있는거야? 셋 다 알바생에게 완전히 얼이 빠져서 멍하니 보고 있다가 감자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제정신을 차리고 버거를 입에 넣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힐끔거리게 되는 카운터. 금방 먹고 일어날 것 같았던 버거집에서 징글맞게 부비작거리면서 깔깔거리다가 다시한번 힐끔거리는 우리는 단순한 여자였습니다. 아 진짜 기분이 확 풀렸어. 저 알바생 때문에. 배도 채우고 눈요기도 하고 싱나게 기분도 업 시켜서 나왔어. 아 징짜 신났다고. 아까의 그 우울한 기분+변경된 계획의 우울한 기분들은 확 날려버리고 인포에서 예약해 준 호텔을 찾아갔다. 시내로 들어가는 거니까 차도 타야 하고 꽤 멀긴 하지만. 아니 먼게 문제가 아니었어. 정류장에서 걸어들어가는 것도 장난이 아니잖아. 사실 그게 더 문제였던거임. 응끼약 하고 나온건 좋은데 멀다 보니까 해는 늬엇늬엇 지기 시작했고 더불어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에 거기에 처음 가는 곳이다 보니까 길도 몰라서 한참 헤맸는데 이 호텔이 엄한 훼이크까지 써서 더 고생했다. 처음에는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비바람에 천둥번개까지 내리쳐서 더 깜짝 놀랐다. 아 시러. 캐리어도 무거워 죽갔는데 비바람이라니. 오늘은 뭔 날인가-ㅂ-; 호텔에는 9시 넘어서 도착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주위는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비까지 쫄딱 맞고. 눈물을 머금고 훌렁훌렁 올라가서 언넝 씻고 옷들은 말렸다. 호텔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아서 기분은 풀렸지만. 하지만 오늘 그 알바총각을 본 이후로는 기분이 나빠지질 않았어 우낄낄낄.

 

 

유럽에서 비 오는건 꽤 여러번 봤는데 볼 때 마다 같았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치고. 유럽은 원래 이런거야? 씻고 나와서 밖을 보는데 어어 태풍오는 줄 알았다. 미친듯이 흔들리는 나무의 그림자를 보는 순간 오싹했다고. 그래도 처음 짤츠부르크에 오는 건데 잠시라도 밖에 나가보자 싶어서 씻고 물이랑 먹을 거 좀 사러 밖으로 나왔다. 이미 10시가 넘어서 상점들 문은 다 닫았는데 그냥 들어가기가 싫어서 조금 더 걸었더니 문 연 곳이 있었다. 우휴~~하면서 들어갔는데 딱히 먹을만한게 없어서 뭘 살까 고민고민했건만 그 가게 주인 꼬맹이 눈이 이건 뭔 황인종이야 딱 요 표정이기길래 셋 다 급짜식하고 같은 표정으로 쏘아본 뒤 물이랑 쿠겔른 쵸코만 사 가지고 돌아왔다나. 미친듯한 비폭풍을 뚫고 나갔던건데.

 

 

이렇게 해서 파란만장한 찰쯔부르크 첫날은 마감이 되었습니다. 텍스트로 이만큼 적어보긴 처음이다.

 

 

 

 

 

그 호텔이 좋았던 건 구시가지와 가까워서 관광 가는건 좋았다는거야. 위치 좋아서 맘에 들었어. 간밤애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니까 빗줄기가 줄어들어 있었다. 날씨야 꿉꿉하지만 나쁘진 않아서 피실 웃었다. 맨 첫 코스인 미라벨 정원으로 가기 위해서 강을 건넜다. 신시가지는 유럽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간판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곳이었지만 비 때문에 난 제대로 찍질 못했을 뿐이고=_= 여튼 정원은 이 강을 건너서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다리 위에서 찍은 호헨짤츠부르크성.

 

 

 

여기가 그 유명한 미라벨 정원.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곳이고. 생각보다 그다지 크진 않지만 이 귀여움은 어떻게 말할까. 맑은 날은 얼마나 예쁠지. 흐리멍텅한 하늘이 슬프긴 처음이었다.

 

 

 

역시나 관광객들은 복작복작. 사람들이 없을 타이밍에 찍고 싶었는데 나갈 줄을 모르더라. 그냥 포기하고 사진 찍었음. 우리가 들어갔을 때 쯔음에 다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나가더라고. 그것만은 좋았다. 우리가 미라벨 정원에 있는 동안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거든. 이 정원이 다 우리차지인 것만 같아서.

 

 

모차르트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정원의 조형에서까지 음악이 보이는 것 같더라.

 

 

 

 

 

왼쪽도 미라벨 궁전이긴 하지만 음악회가 열리고 있어서 무료로는 못 들어갔다.

 

 

 

미라벨 정원 뒤로 보이는 호헨짤츠부르크성.

 

 

 

 

 

저기서 대령의 꼬꼬마들이 튀어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그 유명한 장면.

어린 시절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서 정말 꼭 한번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알프스랑 이 곳을 꼭 한번 오고 싶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진 그 기분이란 뭐라고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할슈타트로 들어가지 못했던거 더 아쉬웠던 것일 뿐.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도 신이 나서 깔깔거리고 돌아다녔다. 나도 해 볼래!!!1 뭐 이런거랄까=_=

 

 

 

정원 뒤로 가면 묘지가 있다. 프란츠 요제프 1세라고 적혀 있구만.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근처까지 가서 놀았었다. 바로 옆에는 궁전이 있었고 한창 결혼식중이었다. 그래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근처만 서성였었는데.

 

 

 

정원에서 나와서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시가지의 카페광장이 나온다. 구시가지이긴 한데 신시가지랑 별반 차이를 모르겠다. 정원을 나왔을 땐 비는 그치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었다.

 

 

 

오밀조밀한 동네.

 

 

 

여기도 여전히 마차는 다닙니다. 따그락 따그락.

 

 

광장 바로 옆에 있는 레지덴트 궁전과 레지덴트 성당이 우리의 목표점. 모차르트 생가도 근처에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별볼일 없다는 말에 거기는 과감히 생략하고.

 

 

사진은 별로 안 되는데 중간잡설이 너무 길어서 그냥 잘랐어. 흙

 

 

 

 

Salzburg Story NO.2

댓글 10개:

  1. 예전에 울 엄마도 저기 한번 가보고는 다시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시건데;;;; 높은 건물도 없고 거리거리가 다 문화제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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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기 갔을때 비와서 안습.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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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내용과 무관하게 알바생 얼굴이 궁금해졌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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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는 기억이 없는 잘츠부르크. 거기서 앓아누워버렸거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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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hellingFord - 2009/07/20 23:19
    어. 진짜 예뻐. 독일문화권들이 다 그런가봐. 체코랑 독일이랑 오스트리아는 정말 예쁘더라. 도시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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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ueshine - 2009/07/21 00:25
    나도 비 엄청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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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플라이하이 - 2009/07/21 16:42
    몰카라도 하고 싶었지만 초면에 그럴 수가 없어서 눈물을 삼켰다. 내가 유럽에서 만난 애들 중에서 젤 잘생겼었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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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파란거북 - 2009/07/21 23:09
    ㅉㅉㅉㅉㅉ

    역시나 강약약중간약약을 잘 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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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백조트래핑 - 2009/08/03 00:54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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