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일 수요일

십이국기

 

 

 

 

 

 

 

 

 

애니 동호회에 들어가면 심심찮게 나타나곤 하는 추천 애니이다. 물론 나 또한 그런 호기심에

끌려서 보긴 했지만 말이다.꽤 여러번 추천글을 보았음에도 게을리즘으로 나중에로 죽죽 미루다
본 애니었지만 정말 그때는 늦게 본 것이 외려 감사할 정도였었다. 작년 3월 초 였던가......

헌터X헌터를 독파하고 뭘 볼까 고민하던차에 반신반의 하면서 보았더랬다. 처음부터...처음부터였다.
끊는것이 너무나도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미친듯이 빨려 들어가게 하는 애니였었다. 이제서야

접한것이 후회막심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다리지 않고서 볼 수 있다라는 생각에 외려 다행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마인드가 공존하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십이국기는 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또한 방대하고 말 그대로 십이국의 이야기

라서 현재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9권까지 나와 있고 10권과 11권은 1월중 발매라

고 한다. 해리포터 만큼이나 기다려지는 순간이다.애니 십이국기와 소설 십이국기는 달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 이야기가 좀 틀려진다. 주인공은 물론 나카지마 요코이며 요코가 왕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긴 하나 소설에서는 등장 하지않는 아사노와 비중이 거의 없는 유카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놓았는데 이 부분 때문인지 소설은 소설 나름대로, 애니는 애니

나름대로 재미있지 않나 싶다.

 


십이국기를 보고 있으면 우선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놀라고 만다.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그 하나

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상상의 세계임에도 그것을 망각하게 만들곤 한다. 중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세계이지만 현실 어느 세계에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마져 들게 한다. 사실 나는 환타지를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무협소설 만큼이나. 원래가 순수소설 취향이기도 하지만은 요새 많이 나오는

소설들을 읽으면 스케일만 키워서 부풀려 보이거나 너무 스토리에 치중하다보면 길어지거나 판타지

적인 느낌이 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보여서 판타지의 참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것들이 느껴지는
경우가 잘 없었기 때문이다.(무협소설은 굳이 말하지는 않겠다.) 특히나 하나의 내적 장르가 유행하면

 그에 따른 아류작들은 내가 판타지를 멀리하게 만든 주요 요인중 하나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보고 있자면 정말 재미있는 면을 발견하게 된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상상력-애니나 판타지-을 보고 있노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재미와 대중화에도 무엇이
필요한지를 느끼게 한다. 물론 한국 판타지나 한국 만화(애니보담은)가 그렇지 않다는건 아니다. 일본

이라고 예술성이 높은것만도 아니다. 단지 일본은 한국보다 그런 면이 더욱 더 체계적으로 잡혀

있다는 말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공존시켜야 하는 노하우를 알고 있다는걸 새삼스레 느낀다.

일본 판타지에서 내가 가장 인정하는 소설은 역시나 아직도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은하영웅전설

과 십이국기이다. 두 소설 다 방대한 스케일과 그 치밀한 구성력, 무엇보다도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

가를 느끼게 해 준다는데 있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니 그 공통점이야 말로 두 소설을 걸작으로

 만들어 준 공신들이자 판타지라는 장르가 가져야 할 필수요건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라

 생각한다. 팬들을 끌어들이는 외적 요소. 십이국기는 그런 곳에서도 충분한 합격점을 가진다.

 

 

 

그러나 내가 십이국기에 빠져든 가장 큰 이유는 저것이 아니다. 애니 십이국기를 이야기하겠으니

애니로 빠져볼까 한다. 소설과 애니는 같은 줄기에 있지만 서로 약간씩의 다른 모습이니 둘 다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쉬운일은 아니니까.

 


나카지마 요코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엄격한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신도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다. 아니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튄다고 해야 하나? 거절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도 못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도 않으며 '타인'에게 모든것을 맞추어 간다. 집에서는

엄격한 아버지에게, 학교에서는 반 친우들에게, 선생님에게. 모든 사람과 맞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모든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그런 소녀이다.책에서의 십이국기는 요코의 이야기가 사실적

으로 그려진데 반하여 애니에서는 역시 애니답게 좀 더 드라마틱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왕과 코우린과의 만남에서조차도 말이다. 애니를 보면서 그 부분의 비중이 상당한줄 알았으니까.

케이키는 두 번의 왕을 선택했다. 둘 다 여왕(女王)이었고 둘 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한 명은 내국의

 포목상의 딸, 그리고 한명은 요코. 후에 케이키는 요코를 보면서 '내가 데려온 왕들은 왜 정사에는

관심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 부분의 케이키의 생각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케이키의 전 주인 여왕(予王)은 왕으로서 실패한다.

과도한 정치의 부담에 스스로가 휘말려 포기를 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케이키는다시 평범한 사람

을 왕으로 선택한다. 더군다나 요코는 숫기없고 소심한 소녀일 뿐인데 말이다.

십이국기-달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를 보면서 요코는 케이키가 없이도 성장하게 된다. 목숨이 걸려

있는 여행을 하고 숱한 공격을 받으며 수우도의 시험에 들게 되면서 스스로가 오해를 만들면서
자신을 자책한다. 요코에게 있어서 두려웠던건 외부의 적이 아니라 수우도 그러니까 내면의 자기자신

이지 않았을까.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조차 모른 채 왜 이런 고통을 겪게 되는지 모르며 자신 스스로

가 적을 만들면서 여행했으니까. 요코는 케이키가 아닌 라크슌을 통해서 커 간다. 그를 보면서 감사를

 느끼고 그에게 배우면서 알아가고 그를 통해서 이 세계를 느껴가게 된다.

요코는 해객이라는 것만 제한다면 범인이었고 라크슌은 범인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반수이다. 한국이

나 동양권 문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범인과 비범인의 차이를 두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위인전은

 읽히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요코는 반수에게 배웠고 정치를 알았으며 자신의 존엄성을

깨달았다. 왕이 아니라 자아의 존엄성 말이다. 모든것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진정한 요코

가 된 것이다. 요코는 다시 말해서 반수에 의해 만들어진 존왕이라는 것.

십이국은 기린에 의해서 왕이 선택되고 다스려진다. 기린은 어떠한 신분의 사람일지라도 천명을 받으

면 왕을 선택한다. 그 중에는 높은 관료도 있고 평범한 사람도 있다.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하기에 글 읽는 즐거움이 더 커지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과 부딧히면서 만들어진다. 좋은사람과

 나쁜 사람이 가려지는것은 그 부딧힘-배우고 다투고-에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느냐에 따라 틀려지는

 것이다. 자신이 그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지위나 학식이 아닌 그릇의 차이라는것. 그것은 '왕'일 지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인거다.스스로 만들어지는 자신. 달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 뿐 아니라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을 보면서 확연해진다. 세 사람의 다른 여인을 그려내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지위나 다른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라는 것을. 3편을 그려내면서 애니는 작가가

진정 하고픈 이야기를 한 게 아닐까 싶다. 39편의 요코의 마지막 말은 요코가 모든 이에게 한 말일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한 말일 것이다. 자신이 자신이 겪었으니까, 자신이 아니까. 그러니 그것이

 무엇보다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영화이든, 만화이든, 소설이든 어떤 장르던지 진정한 대작을 접했을때 받는 느낌은 같다. 그리고

그때의 희열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삶의 기쁨이라는건 저런 소소한데서부터
찾아지는 거라는것 새삼 깨닫는다.

 

 

 

 

 

 

라고 적은게 있었습니다. 이거 십이국기 애니가 완결나기도 전에 적은 것이었으니 대략 2002년이었나

 2003년이었나 그럴거임. 어머 어쩜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는거니-0-;;; 나란 인간 대단한

인간. 지금이야 별의 별.....양산형 라노벨이 나오니까 신기할 것도 없지만 저때는 저게 아스트랄하게

획기적이었다. 지금봐도 획기적일거 같다. 아음....;;;

 

 

다른 쪽 블로그 완전히 문 닫기 전에 옮길 건 옮기고 싶어서 털레털레.

 

 

그리고 댓글은 경기장 다녀와서 달겠심다.

드디어 경기장 간다 유후~~~^0^

 

 

 

 

댓글 4개:

  1. 십이국기 재밌어요...+_+

    생각난김에 시간 내서 다시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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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졸라 길어서 겨우 읽었더니 옛날것....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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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퍼블군 - 2009/07/02 09:07
    가끔씩 꺼내보는데 정말 재미있죠.

    그런 의미에서 그냥 오노여사님은 11권이 완결이라고 말 좀

    해줬음 좋겠슴미다. 젭라 좀 안 기다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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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hellingFord - 2009/07/02 12:49
    뭐 님하가 새로 읽으면 요즘 것 아닙?

    그냥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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