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8일 화요일

박태환에 부쳐.

 

 

 

 

 

 

 

 

1.

불쌍한 박태환 불쌍한 박태환 불쌍하디 불쌍한 박태환

 

 

 

 

2.

사람을 단순하게 분류하는게 쉬운일도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단순하게 보자면 '관심있음' 과 '관심없음' 두 세계로 나뉜다. 과거의 내가 그랬냐고? 천만에지. 과거의 난 훨씬 희노애락이 강렬한 아이였다. 상처받는 일에 상처받고, 즐거우면 웃고. 남들 하는건 다 영향받는 그런 일반적인. 지금의 내가 그렇지 않은건 아니지만 확실하게 희노애락의 그래프가 예전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음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무한 관심과 무관심. 내가 이렇게 된 데에는 축구의 영향도 크다. 아니 그게 절대적이라고. 이것저것 다 챙겨보고 있는 것 없는 것 모조리 다 흡수시키던 초창기의 축덕에서 이제는 선별작업을 거쳐서 원하는 것만 취사선택하는 말기의 축덕으로 이르는 데는 축구의 영역이 한 쪽으로만 제한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덕에 그 수많은 정보의 통제와 구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형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후의 선택쯤으로 생각하면 된다는거다. 근데 이 상황이 문제는 나에게 나쁘게 영향을 미쳤다는 거고.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가 수많은 정보의 취합체들이라는걸 한순간의 충격이 아닌 몇년에 걸쳐서 무의식으로 깨달았다는건..............내가 늦된거라고 그러면 할 말은 없다만. 여튼 그 덕에 내 삶의 모든 것이 '관심있음'과 '관심없음' 두 방향으로 나뉘어졌다. 그 결과물로 내가 어떤 꼴인지 주변인들은 다 알테고. 내가 관심없는 것에 눈 돌리는 걸 봤던가. 그게 조금 더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는데 내가 파고 있는 것이 당연히 축구만 있는것도 아니라고. 이건 굉장하게 곤란한 상황이다. 보통은 그 정보의 취사선택은 일상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인데 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내가 손에 쥐고 싶어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넘쳐 흐르기 때문에 뇌영역의 한계점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 그러니까 남들처럼 그럴 수가 없이 두 가지 세계로 나뉜 것 뿐이라고.  어 곰곰히 생각하면 축구가 내 안의 본성을 밖으로 꺼내주었다고 해야 하나? 축구 탓으로 돌리기도 애매하군. 수 많은 정보들의 처리능력은 난 나가토가 아니니까. 나에게 베다를 주세요 우에엥ㅠㅠ

 

 

 

 

3.

내가 원래는 그러니까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남들이 기뻐하는 만큼의 애국심을 보이고 남들이 슬퍼하는 만큼의 애국심도 같이 보였는데 그게 어느 분야에서 예외가 없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난 평범한 소시민이었다고. 그런데 저 위의, 내가 선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 그게 애국심. 이 무슨 배은망덕한 쳐 죽일 소리냐고 하겠지만 소올직히 고백하건대 내 안에서 애국심이라는 단어는 희석이 아니라 소멸직전의 단어일 뿐이다. 희석이라는건 그래도 형체라도 남아서 자신의 존재감은 주장하고 있잖아? 하지만 소멸은 아냐. 지금 간당간당히 끈만 붙잡고 늘어지는 거라고. 물론 나도 인간인지라 한 국가의 국민다움은 잃지 않을거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애국심이라는 것도 내가 남을 위해서, 모두가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가카의 만행에 분개를 하는 것도, 딴나라당의 얼치기에 열받아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는 것도 순전 내가 좀 더 몸보신하고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게 만드는 개객기들이라고 판단해서이기 때문이다. 난 이타심 그런거 모른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은 분명히 있지만 그 측은지심조차 자애에서 비롯되는 거니까. 난 날 너무 잘 알아서 탈이야. 이런 면에서는. 그래서. 그 애국심에서 내가 이익을 건사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한히 관심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관심없음'모드 온.

 

 

 

 

4.

모든 일에는 상위가 있고 하위가 있다. 그것을 정하는 것은 개개인이고. 그래서 나에게 스포츠를 통한 애국심의 강요는 불편하다. 그걸 언제부터 느꼈냐면 2003년이었나 2004년이었나. 그때의 축구는 아주 묘하게 우스운 꼴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지만 그때가 광대질의 최고봉이었다. 2002년에 고무된 애국심과 고착한 축구는 국제성적에서 당연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어야 한다는 부담과 어줍잖은 의무가 지워졌다. 축구 본인이 으쓱하고 난 이런 존재야 라고 뿜기는 소릴 했기 때문도 때문이지만. 축구는 자의와 타의를 등에 업고서 난 잘 할 거야! 라고 단단히 다짐한다. 당연히 그게 나쁜것도 아니다. 매번 물이나 먹고 저 아래로 슬라이딩하던 애가 간만에 건수 하나 제대로 잡았다, 당연히 자신감이 고양될 것이고 그걸 계속 이어나간다는 건 누가봐도 당연지사. 그런데 나에게 있어서 축구, 아니 국대는 상위와 하위가 뒤바껴서 나타났다. 축구 1년 본 새파란 애송이가 여기저기 탐색하고 스펀지에 물 빨아들이듯 주워모은 정보들을 허접하게 머리속에서 재분석해 본 결과 국대>올대임에 분명한데 현실을 보니 올대>국대더라. 아아닛 이럴수가 이건 뭔가 잘못된 일이야. 왜 국대가 올대에게 찬밥신세를 면치 못해야 하는거지? 거기에다 국대도 정상적 운용가동이 아니었다. 총체적 난국. 2002년이 끝나고 처음으로 맞이한 국대는 나에게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었다. +올대까지. 그때까지는 별반 느끼지 못했던 언론의 폐해를 그때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삼류 포르노를 보고 있는듯한 헤드라인들과 내용들은 이것이 인간인가이것이 언론인가 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으며 결정타로 축협의 올대에 대한 행태는 시-팍-새-끼-라는 언어를 구사하게 만들었다. 생각하니 확실히 내가 스포츠를 통한 애국심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건 2004년 이후였다. 2002년 이전에는 남들 하는 만큼 스포츠 애국심을 보여줬었으니까. 너무 빠른 시일에 못 볼 걸 다 보고 알지 말아야 할 걸 다 알아 버리고 나니 그 반동여파가 다른 곳으로도 퍼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그까짓 운동경기에서 애국심이 고취되는 이유로 모르겠고 스포츠 좀 잘한다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2006년에 월드컵에 간 건 국대 축구가 몹시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많은 불순한 의도를 섞어서 보러 간 거였어.

 

그런고로 경기에서 지거나 떨어지거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우는 소리를 내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했던 때도 있었지만 나에게 이미 그런건 내 경계선에서 벗어나 버렸어. 2008년 나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는걸 확실히 깨달았다. 조금도 기쁘지 않았거든. 눈만 돌리면 내 얼굴에 먹칠하고 내 목을 조여오는 현실을 볼 수 있는데 상자속에서 만들어지는 현실에 기쁠리가 있나. 그건 개회식날 뜨던 블루스크린만큼이나 기가 막힌 광경이었다. 이거고 저거고 떠나서 나에게 스포츠가 즐거운 것은 메달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만큼 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을 하나의 순수한 인간을 직접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경애심의 눈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애국심으로 변질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언론에서 아무리 지지고 볶아봐야 메달 하나 더 추가된다고 경제가 나아지지 않고 민생이 안정되지 않아. 내가 한국인이라는 프라이드는 한국이 짐승사육소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라고 인정받을때야 생기는 거니까 말이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현실의 벽에 부딧혀서 곤두박질 치는걸 몇 번이나 봐 왔으니까.

 

 

 

 

5.

그런고로 불쌍한 박태환 불쌍한 박태환 불쌍하디 불쌍한 박태환

 

 

PS.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수영강국이었다고.

 

 

 

 

 

댓글 16개:

  1. 수영계도 문제긴 문제죠..핰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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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디씨의 영향인가......깨알같은 텍스트는 적응이 안된다....



    어쨋든 비비디바비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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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예전에는 나름 시크한척 살았으나 내가 축구 보면서 욕하기 시작했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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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언제부터 수영강국이란 말이 맞긴 한데

    왕년의 슈퍼스타도 아니고 단, 1년만에 그것도 한창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나이에 있는 선수인걸 생각해 볼때 그이던 코칭이던 문제가 있다는건 확실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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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냥 까고 싶은데 깔 사람이 없던 것이고..박태환이 표적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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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존무 - 2009/07/28 21:49
    없다는건 아니야. 그건 수영계 일이고 거기서 풀어나가야 하는거야.

    다만 그걸 애국심과 결부시켜서 박태환이 성적을 못 낸 것이 역적이 되는건 싫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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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Akkie - 2009/07/28 21:59
    저주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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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띠용 - 2009/07/28 22:17
    저는...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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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파란거북 - 2009/07/28 22:27
    애국심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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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Blueshine - 2009/07/28 23:08
    존무의 리플에도 달았던 이야기인데 수영계가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박태환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아니야.

    근데 그건 수영계와 박태환의 일이야. 물론, 박태환이

    국가의 이름을 등에 업고 나간 경기니까 잘 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못했다면 질책을 받는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단신처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들고 일어날 정도로 부글거릴 필요도 없다는거야.

    박태환은 역적이 아니야. 그냥 못했을 뿐이지. 못한 데 대한 질책만 하면 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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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ShellingFord - 2009/07/29 02:21
    다음 타켓은 아마도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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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설마 남는사람이 없어지는건 아니겠죠 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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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그래도 경기 전날 화보촬영은 쫌 아닌듯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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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Joshua.J - 2009/07/29 11:11
    늘 새로운 건 발굴되니까 뭐ㅋㅋㅋㅋㅋ;;;;;;;;;

    박태환이나 김연아가 나올 줄 아무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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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realslow - 2009/07/29 11:44
    하고 싶어서 한 거라고 생각치는 않음. 아무리 정신나간 인종이라도 중요한 일이 있을때

    딴짓하진 않거든. 그건 진짜 파벌과 스폰 문제인거 같고

    깔 때 까더라도 애국과 연관시키지 말자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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