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 수요일

새벽에 하는 사고(思考)는 다 쓰레기랬다

 

 

 

나는 말이지 사실 말재간도 별로 없다. 지금은 입만 나불댄다 평을 들어도 내가 말재주가 없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지간히 다 아는 사살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감정표현도 없다. 이렇게 살아오면서도 인간관계가 서툰 탓에 아직도 사람들 사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 거기다 본디 성격까지 괴팍해서 설사 인간관계에 대해서 좀 고찰하고 방향설정을 할 수 있는 인간적인 본능을 지녔다고는 해도 그걸 이겨낼 정도로 성격이 상큼발랄하고 부지런하지도 못하다. 결론은 남들 노는데 끼일 수 없는 요소는 다 갖추었는데 그런면에서 술을 잘한다는건 기적이 아니라 이 말종같은 인성에 한줄기 사회적응요소일 거다.

 

 

말재간이 없어서 대신 글 쓰는건 좋아한다. 말은 한번 하고 나면 땡이지만 글이라는건 수만번을 읽고 퇴고해도 상관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글 쓰는건 좋아한다. 주절주절 적고 나서 지우고 또 주절주절 적고 나서 지우고. 그러는 동안 내 머릿속도 같이 퇴고를 하던지 각하를 하던지 둘 중 하나의 상태가 되니까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까지 느낀다. 싫어하는거...라기보다는 관심없는건 옆에서 아무리 짖어대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귀를 닫고 사는 스타일이지만 좋아하는게 생기면 5년이고 10년이고 강산이 변해도 모를 정도로 쥐고서 본인도 주체를 못할 정도로 애정을 쏟아붓는다. 아 물론 그것이 무생물일 경우이고 일정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생물류일 경우는 미묘하게 다르다. 여튼간에 이런 성격이다 보니 1, 2년 좋아하고 흘러가는 세대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서 먼 옛날 거 꺼내서 희희낙락거린다. 나에게 수집벽이라는건 아마 평생 안고 갈 내 취향의 전리품 쯤 되겠다. .......이런 면에서 넌 덕후야 이러면 사실 난 뭐라고 항변을 못하겠다. 하지만 내 메마른 인성과 인생의 그나마 촉촉한 단비같은 존재다 보니 옆에서 뭐라고 한다 한들 이짓만은 못 버리겠다. 나중에 인생의 생활화 되어서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축구라냐.

 

이런저런 주절거림이 많았는데 나에게 글이라는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글에서는 좀 더 미묘한 감정이 같이 첨부가 되는데 다른 취미는 내가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어느정도는 객관화 된 요인들이라 애정을 쏟는데 대해서 꺼리낌이 없다. 내가 조낸 맘에 안 들어도 내가 만들어 낸 창조물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질타를 가할 수 있다. 아 이거 마음에 안 들어 너 죽을래요? 뭐 이런 식으로. 꼴에 있는 능력 다 바쳐서 갈갈이 찢는다. 그래도 대상의 뒤덮은 애정으로 인해서 순화시켜서 짖어주긴 하지만 여튼간에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든다 이 부분은 조낸 좋았어요 핰핰핰 마음껏 자기 애정을 발산할 수 있지만 글이라는건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글을 만들어 내는 주체는 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새는 디시가 있어서 제멋대로 내갈기고 뒤도 안 돌아보고 튀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에게 글이란 것은 내가 만들어낸 수 많은 나의 분신들이기 때문에 디시 외에서는 그렇게 되기가 쉽지가 않다. 내가 디시를 만난건 축복일까. 그나마 스트레스 발산할 수 있는 곳이나 실시간으로 감정교류를 할 수 있는 곳은 거기이니. 다만 디시에서 이외에는 여전히 내가 가지는 수많은 베일을 그대로 꽁꽁 안고 살고 있다.

 

이런 개떡같은 모습이라도 내가 좋아하고 내가 그나마 남에게 내보일 수 있겠다 자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완벽했음 하는게 절실한지라 내가 글을 쓴다는건, 아니지 내가 글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토요일, 서면 한 가운데 벌거벗고 서 있는 것 까진 아니지만 떡진 머리에 화장은 커녕 세수도 하지 않고 맨 얼굴로 슬렁슬렁 걸어가는 기분이랄까. 사실은 남들은 한번 보고 비웃고 지나갈, 술자리에서 한번 안주삼을 모습일지라도 나는 끝없이 신경이 쓰인다. 나는 그런 인간은 아니지만 남들 앞에서는 좀 더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수많은 티들을 감추고 남 앞에서는 아닌척 난 좀 더 대단한 척 할 수 있길 바라는거. 아니 뭐랄까 그냥 아무것도 내세울 거 없는 인간이니까 그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좀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게 내 진심이라서. 그래서 글 쓰는게 미친듯이 좋으면서도 막상 키보드 앞에서는 수많은 고민속에서 포기하고 만다. 자기 직전에도, 눈을 떠서도, 밥을 먹고 일상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내가 쓰고 싶은 소재들은 내 머릿속에서 둥둥 떠서 세상에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글을 쓰려고 해도 끝끝내 다시 포기하고 머릿속에서만 그들을 고이고이 잡아두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큰 맘 먹고 줄줄줄 써 내려가더라도 막히면 접어두는데 다음날 다시 꺼내보면 남에게 내보이고 싶은 기분이 싸악 사라진다. 내가 남에게 글을 내보이는건 일필휘지로 휘리리릭 적고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완료를 눌렀을 때 뿐이다. 이런 삽질적인 마인드와 게으름의 융합으로 인해서 사장된 글들이 어디 한둘인가. 오랜 시간 후에 다시 꺼내봐도 내가 이 이후에 분명 뭐라고 적을거라 생각해놓고서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다시 집어 넣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 경우보다 더 날 좌절시키는 경우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필력의 고수들이다. 소소하고 간결하게 글을 적어내려가는 사람, 좀 더 풍부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글을 적어내려가는 사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글을 적을 수 있는 사람. 문장 표현이 능숙한 사람, 자신의 생각을 글로써 적어내려가는데 거칠 것이 없는 사람, 절묘한 단어선택으로 감탄사를 유발하는 사람들. 내가 글을 쓰기 좋아하는 만큼 남의 글을 읽는것도 좋아하는데 그래서 컴을 붙잡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남의 블로그가서 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한번 읽고 스치는 경우도 있고 같은 블로깅을 몇번이나 다시 읽는 경우도 있고. 타인의 글에 감탄사를 연발하는만큼 그만큼씩 내 발밑의 땅은 한 삽, 두 삽 사라져 가는 것이다. 아아 신이시여 가카가 당선된 건 우연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 인간이 내 삽질의 노고를 본다면 무릎이 절로 쳐질 것이외다. 글을 읽으면서도 사실 저 사람처럼 글을 적고 싶고, 저 사람의 글 센스는 닮고 싶어서 무진장 노력하는데 그래서 갈겨내린 글을 보고 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본디의 모습조차 잃어버리고 애처로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서 날 바라보는 내 글들이 너무 불쌍해서 다시는 따라쟁이 인생도 하지 않으련다 다짐했다. 그럼 또 처참하게 혼자서 곱씹으면서 글들을 사장시켰지. 왜 나는 저런 센스가 없는 것일까. 주제에 글 쓴다고 설쳐대는 주제에 말이지. 한때는 그런 삽질이 싫어서 남의 글은 안 볼테다 젠장 이랬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하루를 못 가더라. 그냥 자포자기하고 삼류 글쟁이 인생을 걸을란다 하더라도 그래도 마음속 공허와 슬픔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밤도 아니고 해가 뜨는 새벽에 왜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냐면 역시나 삽을 한 삽 펐기 때문이다. 아 요새는 강도가 좀 더 더해져서 삽이 아니라 포크레인으로 산만큼 퍼는 느낌이다. 그만큼 내 설 곳은 없어져 가고.

 

내일 다시 일어나서 보는 이 글은 얼마나 쪽팔릴까. 여태껏 잘 파던 구덩이에 아마 흙으로 머리끝까지 꽉꽉 채우고 싶은 느낌일거다.

 

 

결국은 새벽에 하는 사고는 다 쓰레기란다.

댓글 8개:

  1. 나는야 일류 포크레인 기사~ ㄲㄲㄲ





    다 똑같죠 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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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삽질하세~ 삽질하세~ 잇힝~~~~



    .. 조낸 허접한 글로 매우 약간이나마 돈을 벌었던 기억이 있는 관계로 글 쓰기에 어느정도 강박증이 있었는데 디씨 때문인지 어느 정도 완화된 거라는 생각은 듦.



    .. 물론 애초에 글을 잘 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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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삽질도 계속해야 제맛...은 아니고, 나도 요즘 한참 삽질중이라 뭐라 해결책이 없구만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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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퇴고고 뭐고 상관없어..ㅋ



    그냥 주절거리는거지..ㅋ 블로그에 글쓰는거 특별히 생각안해..ㅋ



    너도 맘편히 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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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파란거북 - 2009/05/20 05:56
    이럴때는 내가 소심에 소심을 달리는 인간이라는걸 새삼스레 깨우치게 된당 휴류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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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lofwind - 2009/05/20 08:40
    디시하면서 많이 완화되었죠. 글리젠 덕택에요ㅎㅎ

    그래도 아직도 이런저런 강박관념이 남아 있어서 글 자체를 쉽사리 못 쓰겠어요. 아니면 정말 내용없는 글로 채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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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띠용 - 2009/05/20 19:04
    삽질병에 걸리면 해결책이 없어요. 스스로 나와야 하는데 저같은 경우에는 그런거 애당초 없으니;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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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lueshine - 2009/05/20 23:19
    ㅇㅇ 그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남들에게 뭘 보여줘야 한다는것 자체가 참 힘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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