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0일 일요일

쓰다가 만 글 - 김강원

 

 

 

아주 어릴 적....그러니까 중 1때였던 것 같습니다. 놀러간 친구집에는 뭔가 신기한 것이 잔뜩 있었어요. 그 당시로서는 정말 희귀했던 컴퓨터라던가(286+5.2플로피였던걸로 기억.--;;) 2층집이었던거나 언니들이었던거나. 그 중에서 가장 제 맘을 사로잡았던 것은 단연코 만화책!! 이었습니다. 친구의 장롱 위에 잔뜩 쌓여있던 나나는 친구에게서 가장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때마침 그때부터 만화방이 아니라 책대여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처음으로 만화를 접했던 저로서는 만덕후가 될 자양분이 충분히 갖추어졌던 겁니다.

예전, 그러니까 제 나이대의 만화 매니아들 중 여자라면 남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순정만화'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에서야 소년만화라고 해도 소년만화가 남자들만을 위한 짜임새를 갖춘 것도 아니고 소년만화의 독자들 중 절반은 여성일테고, 뭣보다 처음부터 다이렉트로 소년만화로부터 만화 공략을 시작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라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 나이대의 여성 만화독자들은 순정만화->소년만화->잡탕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가지는데 제본소를 막 탈피한 만화책의 음울스러움을 벗어던진 시기와 맞물려서 한국만화의 폭발적인 발전을 가져온 한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다시 말해서 단행본의 개념(사실 전 그때 지금 생각하는 적당한 사이즈의 단행본이 처음부터 당연히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있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지만 말입니다.)을 갖추면서 남자들, 그것도 말 안 듣는 생양아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여겨졌던 만화라는 존재가 양지로 나오게 되었다 생각합니다. 대여점이라는 존재와 함께요. 그러면서 질적+양적 팽창을 하게 되었고 제가 중학교를 다닐때가 한국(순정만화)의 르네상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제가 만화를 접하기 전에도 당연히 길이 남을 명작이라 불리는 만화들은 있었습니다. 절 기준으로 한 것은 제가 만화를 처음 접하던 시기가 한국 만화계에 있어서 전환기였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일숙, 이미나, 황미나, 강경옥 등등등 지금 들어도 레전드라 불리는 만화가들이 가장 창작욕을 불태우고 명작을 남겼던 때가 아닐까.(물론 이미나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한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튼 그녀가 한국 순정만화의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차후로 이야기 할 상황이 된다면 이 부분도.)


고전적이고 장중하다 할 느낌의 순정만화들이 분위기를 턴~해서 트렌드화가 되었던 순간은 천계영의 등장과 일본만화의 유입이 아닐까나. 약간은 무겁고 짙은 서정성을 띄거나(블루, 설, 인어공주를 위하여 등등), 서사와 서정을 적절이 섞어서 장중한 분위기를 내는(노말시티, 레드문, 리니지, 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등) 등의 유행이라면 유행이랄까 그런 분위기를 모토로 가졌던 순정만화들이 천계영의 등장으로 가볍고 발랄한-그러니까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서도 충분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세태에 가장 민감한 장르답게 순정만화의 분위기들이 반전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함께 유입되었던 일본만화들. 이전에도 일본만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이 해적판으로 조악하게 들어왔었고 이름도 한국식으로 고쳐서 들어왔지만 아마도 천계영이 등장할 당시가 '정식 한국어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본격적으로 일본만화들이 수입이 되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물론 일본만화도 한국만화와 마찬가지인 흐름을 타고 오긴 했습니다만 일본만화 특유의 그림체와 함께 한국만화보다는 가벼워 보였던것도 사실이죠.(지금은 일본만화와 한국만화의 그림체를 쉬이 구별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변화는 별개이고 다들 그러하듯 순정만화->소년만화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순정만화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흥미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소년만화를 접하게 되면 순정만화의 재미가 많이 희석되는데 이런 상태를 뛰어넘으면 진정한 만덕후가 되는것이 아닐까나.


김강원

모 처에서 과거로의 회귀라는 말을 이 작가에게 썼습니다. 저도 어느정도의 동의를 한다....할까요. 어느정도라고 하는 것은 죄송하게도 순정만화 쪽은 거의 읽지 않은데다 '현재 한국 순정만화'는 궁을 제외한 다른 그 어느것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소년만화만 줄기차게 읽은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만화를 좋아하고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무작정으로 읽어 내려가는 시기는 지났기 때문인지 취향의 갈림길에서 한 길을 걷게 되었기 때문인지.(바꿔 말하면 일본의 순정만화도 거의 읽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 순정만화가 어떤 기치를 가지고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개괄적으로 궁 하나만을 생각해서 보자면 천계영식 만화보다(천계영의 만화는 언플러그드 보이 이후로 상당히 진지해졌습니다. 굳이 궁 하나만 따진 이유는 궁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순정만화로서 대 히트를 쳤었고 아닌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히 순정만화 흐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일조했다 생각합니다. 천계영이 그러했듯.) 더 발랄하고 가볍고 소녀들이 좋아할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비추어 볼때 김강원의 성향은 고전적이다 할 수 있겠지요. 다소는 말입니다. 순정만화도 여러 장르를 가지고 있는 고로 김강원이 그렸던 만화들은 순정만화가 가질 수 있는 장르를 적절히 활용해서 인기를 모은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작품 중에서 좋아하는 비비 아이리스는 그녀의 그림체만큼이나 가볍고 발랄한 것이지만 소재는 현 순정만화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뭐....비비 아이리스가 나올 당시와 현재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면 무리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도 그녀의 대표작이 되어 버린 여왕의 기사라던가 그런 것을 본다면 그녀의 소재는 현재의 시대에서 약간은 역행한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과거로의 회귀라고 한 것일까요.  서사적인 소재를 많이 사용했던 신일숙 선생님의 문하생다운 모습이라고.


그녀의 팬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람의 마드리갈입니다. 지금 유행(?)하는 만화를 생각하면 확실히 고전적임. 물론 이 만화가 그려진 때가 오래되어서도 있긴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 시리즈를 모방했다는 어이없는 말도 들었는데 솔직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난감해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 시리즈는 당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의 총체적인 면을 쓴 것인데 같은 르네상스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바람의 마드리갈이 비슷해 보이는건 당연지사. 설마 바람의 마드리갈에 나오는 음모와 책략을 가지고 비슷하다 한다면 더 할 말 없지요. 근세 유럽의 트렌드는 음모와 책략이 아니었더이까. 종교와 절대왕정, 교황청 음모론 이 넷은 르네상스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인데 르네상스를 다루는 만화에서 이 부분을 빼라고 그러면 아예 그리지 말라는 말과 마찬가지일텐데요.



바람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의외로 로엘라스 추기경. 솔직히 민망한 말인데 추기경과 체자레 커플 은근히 잘 어울린다 생각함. 후안보다는 확실히 예로니모지. 바람의 마드리갈에서 나오는 인물들 대부분이 그 당시 사람들의 군상이니 딱히 누굴 모델로 삼았다 생각하진 않지만 로엘라스 추기경의 모델은 아무래도 클레멘스 7세 같다는 생각이 듬. 역사적으로야 사회악인 인물이지만 개개인으로 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런지.

미완인 채로 둘 거라는 말에 절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왜 이런건지--; 예로니모와 체자레는 언제 만나는지. 그림체가 바뀌어도 다 다 다 용납될테니까 제발 완결 좀 내 주세요ㅠㅠ

 

 

 

 

 

..................라고 적은게 있군.

언젠가는 다시 적겠지. 이렇게 귀찮아서 내팽겨친 글이 한두개가 아니구나 - _-)y-~

 

댓글 6개:

  1. 김강원이라는 작가는 생소하지만 신일숙선생님의 문화생이라니 왠지 흥미가 당기는군. 하지만 작가가 '미완인채로 둘거다'라는 말은 개념이 없는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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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기도 전에 읽다 지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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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엽 - 2009/05/10 09:58
    데뷔작을 중단하고 다른 작품을 다시 시작했으니 감이 안 잡혀서 못 그린다는게 더 정확한 말일듯요. 그림체도 좋고 내용도 상당히 탄탄하죠. 쩝쩝쩝ㅠ_-

    제가 보는 것들 중에 이래저래 중단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그저 안습의 눈물만 흘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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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hellingFord - 2009/05/10 11:08
    겨우 이 정도로 지치다니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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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난 만화가 이름이 생각이 안나지만 아르미온의 네딸들?뭐 그런것도 재밌었어.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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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띠용 - 2009/05/10 17:16
    그 분이 신일숙쌤입니당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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