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3일 토요일

바퀴벌레 이야기

 

 

 

 

 

1.

어제 새벽 한 2시쯤이었던가? 그 이후였던가 모르겠다. 물을 마시기 위해서 거실로 나갔다.

눈이 나쁜데다 야맹증까지 있어서 어두운데서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 밑에

뭐가 있는지 알 턱이 있나. 아 뭐가 밟힌다. 촉감으로 보아하니 리모컨 같다. 리모컨 좀

제자리 갖다놓지 이거 잘못하면 고장나잖아. 그렇게 궁시렁거리면서 발을 떼는 순간

발등으로 뭔가 후드드드드드득 지나가는게 느껴졌다.

어어어어어억!!!!!

순간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필시 바퀴벌레야 바퀴벌레라고 바퀴벌레일거야.

차라리 바퀴벌레여야 해ㅠㅠ 아주 오래전 내 방에서 커다란 돈벌레를 본 순간 우리집도

돈벌레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걸 깨닫고는 얼마나 공포에 떨었던지. 뭔가 형체를 가지고

있는 바퀴벌레까지는 혐오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돈벌레는 혐오를 넘어서 공포여서.

내 발등을 지나간 무언가가 무언지는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바퀴벌레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거...............

 

 

2.

동이 터 오는 4시반에서 5시 사이에는 늘 밖에 나가 있는다. 한 5분에서 10분 정도.

새벽에 일어나서 밖을 나가는 거라면 참 좋을테지만 자기 직전에 바깥공기 한번 쐬러

밖을 나가는 인간이라 낭만도 없고 부지런함도 없고--; 여튼 늘 그렇듯이 동이 터

오는 새벽에 현관 밖으로 나가서 현관 계단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마당을 보는데

뭔가 시커먼 내 엄지손가락만한것이 지나가려다 굳어버렸다. 바퀴벌레군.

그리고 난 슬리퍼를 신은 발을 들어서 꾸욱 눌러줬다.

 

 

3.

배가 고파서 토마토라도 먹기 위해서 부엌엘 갔더니 천정 모서리에 바퀴벌레가 한마리

붙어 있다. 아 골때려. 바퀴약을 뒤졌는데 없다? 그냥 넘어가기도 찜찜하고 그래서

주무시는 엄마까지 깨워서 찾았건만 없다. 안 보인다. 이걸 어쩌나 싶어서 두리번거리니까

부억 찬장 위에 약이 있었군.

천정의 바퀴를 향해 부욱 뿌렸더니 바로 맞는다. 키가 큰 건 이럴때 참 좋단 말이야. 가끔씩

키도 써 먹을데가 있으니 불평하지 말아야지. 여튼 부욱 뿌렸더니 이 녀석 비실거리기

시작한다. 오호라 니가 바닥으로 내려오기만 해 봐라 가만두지 않을테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번 더 약을 부우욱 쳤더니 이제는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에헤 내가 이겼다. 기쁜 마음에

토마토를 꺼내어서 씻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내 쪽으로 기어오는게 아니겠는감. 설마

복수냐? 그런거냐? 옆으로 샤샤샥 비켰더니 얼레 그래도 따라온다. 그래서 다시 샤샤샥

비켰더니 끝까지 따라오길래 바퀴벌레 뒤로 가서 섰다. 그러니 싱크대 아래로 기어가더군.

 

 

 

 

바퀴이야기.

 

 

내가 저 짤방에 경의를 표하자 누구였더라 누군가 이런 말을 했지

뭐 쥐도 만들어내는데 바퀴벌레쯤이야.

 

 

 

 

댓글 6개:

  1. 날아다니는 미국 바퀴벌레는 양키 아니랄까 제 엄지손가락보다 큰 것도 많더군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생물 쥐와 바퀴..

    이것들좀 누가 어떻게 해줬으면..;;;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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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퍼블양 - 2009/06/13 12:49
    여기는 바닷가라서 더 많아요. 아니 외려 작은것들 보기가 더 힘듭니다ㅠㅠ

    그래도 다행히 바퀴벌레는 별로 안 무서워하는데

    진짜 돈벌레는.........정말 무서워요. 무서운걸 넘어서 경기 일으키거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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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쥐일꺼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퀴는 손으로 잡아야 제맛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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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ueshine - 2009/06/14 00:13
    쥐라면....쥐도 상관은 없지만ㅎ_ㅎ 난 지렁이랑 돈벌레 이외엔 무서운게 엄써



    거기까지는 내공이-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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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건 뭐야.. 바퀴벌레의 모에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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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퓨퓨비 - 2009/06/14 15:52
    나도 보고 웃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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